지옥철 대신 잠수교 노을 택했더니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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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모니터랑 싸우다 보니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지옥철 타기 싫어서 무작정 한강으로 빠졌는데.. 와, 거기서 진짜 위로받았잖아요. 저처럼 퇴근길 꽉 막힌 분들, 오늘 당장 반포로 가야 할 이유 알려드릴게요.

 

하루 종일 모니터 불빛에 짓눌린 기분 아시죠. 눈은 뻑뻑하고 어깨는 무슨 돌덩이 올려놓은 것 같고. 그날이 딱 그랬거든요. 평소 같으면 꾸역꾸역 9호선 지옥철에 내 한 몸 구겨 넣었을 텐데.. 아, 그날은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숨막혀서. 그래서 그냥 걸었어요. 회사에서 조금만 걸으면 한강이 나오거든요. 퇴근복장 그대로, 굽 있는 구두 질질 끌고 뚜벅뚜벅. 속으로 '아 오늘 하루 진짜 엉망이다' 중얼거리면서요.

 

지옥철 대신 잠수교 노을 택했더니 벌어진 일
 해가 지기 직전, 붉은 빛이 감도는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정장 차림을 한 20대  직장인이 편의점 봉투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


이거 진짜 나만 몰랐던 거야?

 

근데 강가로 빠지는 순간 발걸음이 탁 멈췄어요. 와.. 소리가 속에서 절로 튀어나오더라고요. 강바람이 훅 하고 얼굴을 때리는데, 그 살짝 비릿하면서도 탁 트인 물 냄새. 낮 동안 뜨겁게 데워진 아스팔트 열기가 아직 발끝에 남아있는데, 그게 묘하게 포근하게 느껴지는 거 있죠.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붉은 잠수교 노을. 솔직히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 하늘이 완전 보라색이랑 쨍한 주황색을 막 섞어놓은 것처럼 타오르는데.. '나 빼고 다들 이 엄청난 걸 매일 보면서 살았던 건가?' 갑자기 억울해질 정도로 압도적이더라고요.

 

돗자리 하나면 끝이더라고

 

빈손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편의점부터 막 찾았어요. 시원한 캔맥주 하나 집어 들고, 계산대 옆에 있는 5천원짜리 얇은 은박 돗자리 하나 샀죠. 솔직히 반포한강공원 돗자리 깔기 좋은 명당? 그런 거 찾을 기운도 없었어요. 그냥 잠수교가 정면으로 떡하니 보이는 둔치, 아무 데나 빈자리 있길래 털썩 폈거든요. 치마가 구겨지든 말든 그냥 주저앉았어요.

 

돗자리 하나면 끝이더라고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으로 잠수교가 선명하게 보이고, 잔디밭 은박 돗자리 위에 놓인 차가운 캔맥주 하나와  여성의 구두 벗은 맨발이 살짝 보이는 감성적인 시점의 풍경

솔직히 기대 1도 안 했거든요

 

가끔은 꽉 짜여진 계획이나 거창한 준비보다, 이렇게 홧김에 저지른 짧은 일탈이 진짜 숨통을 틔워준다는 거. 저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맥주 캔 따는 소리. 칙-. 그 경쾌한 소리에 하루 종일 머릿속 꽉 채웠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목구멍으로 차가운 탄산 넘어갈 때 그 찌릿함. 다들 알잖아요 그거. 꿀꺽꿀꺽 마시는데 눈물 찔끔 날 뻔했다니까요.

 

사실 서울 일몰 명소 뭐 별거 있나 싶었거든요. 어딜 가나 사람 붐비고, 사진 찍으려는 커플들 천지고. 근데 막상 퇴근길 복장 그대로 철퍼덕 앉아서 보니까 달랐어요. 뭔가.. 화려한 저녁 약속이나 거창한 캠핑 장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게 아니라서 더 온전히 풍경이 들어온달까.

 

혼자라서 더 선명했던 시간

 

가만히 물결 흔들리는 거 멍하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거예요. '나 오늘 진짜 고생했다' 뭐 이런 뻔한 자기 연민? 약간 청승맞긴 한데.. 근데 그 순간이 너무 완벽한 위로였어요. 굳이 누구한테 하소연하지 않아도 한강 피크닉이 별건가요. 은박 돗자리 펴고 앉아서 바람맞는 그곳이 천국이죠 뭐.

 

혼자라서 더 선명했던 시간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아래 화려한 무지개 조명이 켜진 잠수교와 강물에 반사된 불빛을 조용히 바라보며 돗자리에 앉아 있는 20대  직장인의 평온한 옆모습


반포에서 건진 뜻밖의 깨달음

 

저 오랫동안 진짜 착각하고 살았나 봐요. 제대로 쉬는 건 무조건 주말에, 집 침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굳게 믿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좀 바보 같네. 근데 아니더라고요. 퇴근길 딱 30분, 잠깐 샛길로 빠져서 만난 잠수교 노을이 주말 내내 집에서 뒹굴거린 것보다 훨씬 강력한 피로회복제였어요.



 

물론 강모기한테 발목을 세 방이나 뜯기긴 했지만. 뭐 그 정도는 애교죠. 긁으면서 가면 돼요. 혹시 지금 이 글 읽으면서 '내일 출근 어떡하지' 턱 괴고 한숨 쉬고 계신 분? 조심스럽게 묻고 싶어요. 오늘 퇴근길엔 지하철역 말고, 무작정 한강으로 빠져보는 거 어때요? 저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반포한강공원에 돗자리 대여소 있나요?

네, 주변 편의점이나 텐트 대여 업체 엄청 많아요. 근데 저처럼 갑자기 홧김에 가면 그냥 편의점에서 저렴한 은박 매트 하나 사는 게 젤 맘 편해요.

 

Q2: 차 가져가는 게 좋을까요?

아휴, 평일 퇴근 시간 반포는 그냥 거대한 주차장이에요. 차단기 앞부터 막혀요. 뚜벅이로 걸어가는 게 정신 건강에 제일 좋습니다. 진짜 경험담이에요.

 

Q3: 혼자 가도 안 뻘쭘할까요?

저도 처음엔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막상 가보면 혼자 캔맥주 드시는 분들 진짜 많아요. 다들 자기 폰 보거나 물멍하느라 남한테 관심 1도 없으니 걱정 마세요.

 

Q4: 모기는 없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모기 있어요. 물가니까 어쩔 수 없죠. 편의점에서 맥주 사실 때 모기 기피제 하나 같이 사서 칙칙 뿌리는 거 강추해요.

 

Q5: 잠수교 일몰은 몇 시쯤이 젤 예뻐요?

요새는 퇴근하고 6시 반~7시쯤 바로 달려가면 딱 해 지기 시작하는 타이밍이에요. 하늘 완전 깜깜해지기 직전, 붉은빛이랑 주황빛 섞일 때가 무조건 최고예요.

 

아.. 글 쓰다 보니까 내일도 퇴근길에 또 갈까 고민 중인데. 은박 돗자리 아직 차 트렁크에 있거든요. 뭐, 내일 퇴근할 때 기분 봐서 정하죠. 어? 내일은 한강 라면도 하나 끓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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